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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내 곁으로 다가온 수도원...

이 책의 저자는 미국의 시인이다. 미네소타 주에 있는 베네딕토회 성 요한 수도원에 거주 하면서 수도 생활에 대한 다양한 고찰과 묵상을 일흔다섯 편의 수필에 담고 있다. 저자가 비록 개신교 배경을 갖고 있지만, 오히려 이것은 객관적인 서술을 가능케 하는 장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더욱이, 시인으로서의 예술가적 재능을 통해 기존의 수도원을 소재로 한 책들과는 다른 접근과 독창적인 표현을 보여 주고 있어 미국 유수 언론 매체들로부터 격찬을 받았다.
저자가 밝히고 있듯이,
이 책은"수도원 전례에 침잠한 결과로 얻은 산물"이다.
베네딕토 수도회 영성의 가장 큰 특징이라 할 수 있는 전례를 중심에 두고 또한 깊이 의식하면서 그 리듬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
전례력에 따른 시편을 비롯한 성서를 풍부하게 인용하면서 이른바 "거룩한 독서"의 은총을 증거하고 있을 뿐 아니라.
동서고금을 넘나드는 수많은 성인, 사상가, 예술가들의 다채로운 말과 글, 이야기들을 선사하고 있어 천천히 읽으면 그 자체로 "거룩한 독서"가 된다.

이 책을 더욱 두드러지게 하는 것은, 수도 생활 또는 수도원 제도의 형식과 내용이 현대의 가치와 다툼을 빚는 이른바 "쟁점 사안"들에 대한 저자의 솔직하고 활력 있는 진술이다.
예를 들어, "독신의 열정" 이라든가 "수도자와 여성","영광스러운 예복","여성과 수도복","동정 순교자들"과 같은 일련의 글들에서는, 작가 자신은 물론 수도자들의 입을 통해서도 진솔하고도 참신한 이야기들의 끊임없이 발산되고 있다.
이러한 흥미로운 주제들은 정적인 묵상이나 관조 일변도에서 오는 단조로움이나 지루함 앖이 이 책에 몰두하게 해줄 것이다.
또한 이 책은 수도생활이 지니는 특이성과 차별성을 구분해 내면서도 그에 매몰되어 수도생활을 현세와 동떨어진 초월적이고 피안적인 세계로 그리는 대신, 균형 잡히고 현실적인 스케치를 통해 수도원 문학의 리얼리즘을 회복하고 있다.

이로써 "우리를 있는 모습 그대로의 가장 생생한 수도원 현장으로 데려다 주고 있다." 따라서 수도 생활을 갈망하는 이들, 문학적인 프리즘을 통해 종교를 투시하는 데 관심이 있는 사람들, 오랜 전통중의 하나인 수도원 제도가 현대 사회에서 갖는 의미와 가치 충돌의 문제에 대한 명쾌한 전망을 찾는 독자들에게 매우 유익한 자양분이 될 것이다.



머리말
새벽
위대한 영혼
규칙서와 나
시적인 앎의 길
두려워하지 말아라
차이점
별을 싫어한 성인
두 소녀의 대화
우리를 위한 축일
작가 예레미야: 없어서는 안 될 타자
하느님만이 아는 신앙
젊은 그리스도를 만나다
유랑과 고향, 그리고 부정적 능력
뉴욕 : 트라피스트 수도회와의 접촉
로스앤젤레스 : '오'로 시작하는 후렴
접경
크리스마스 음악
가난한 사람들을 향한 사랑
통과
시편의 역설
주님의 세례 : 친밀함에 대한 이야기
꿈을 꾸는 사람 



수도원 산책 2004-05-30 | [평화신문] [신간] 수도원 산책 775 호 발행일 :  

세상과 동떨어진 듯한 수도생활. 침묵과 은둔, 기도와 노동이라는 단순한 삶이 가져다주는 평화와 고요를 한번쯤 동경해보는 이가 적지 않다. 하지만 그런 기회를 얻기가 좀처럼 쉽지 않다. 그곳에서 살아본 이의 글을 통해서라면 좀 더 쉽게 수도생활을 접해볼 수 있지 않을까.

미국 베네딕도회 성 요한 수도원에서 봉헌자(수도서원은 하지 않고 수도정신을 따르는 평신도)로 산 시인 캐틀린 노리스가 펴낸 룗수도원 산책룘은 책 제목이 말해주듯 산보하듯 잔잔한 필치로 수도생활 면면을 그리고 있다.

75개 수필로 구성된 이 책은 저자가 수도원 전례에 침잠한 결과 얻어낸 산물, 가장 전통적 수도생활을 이어오는 베네딕도 수도회에서 성서를 읽고 묵상하며 하느님과의 완전한 일치를 경험하게 이끌어 주는 거룩한 독서(lectio divina), 단순한 노동과 기도를 통해 건져올린 영적 체험들로 가득하다. 또 동서고금을 넘나드는 수많은 성인, 사상가, 예술가들의 다채로운 글과 이야기들을 선사하고 있어 저자의 산책길을 따라 같이 걸으면 그 자체가 '거룩한 독서'가 되는 듯하다.

뉴욕 타임즈로부터 '올해의 주목할 만한 책'으로 선정된 이 책은 수도생활을 현세와 동떨어진 초월적 세계로 그리는 대신 균형 잡힌 필치를 통해 수도원과 수도생활의 의미를 명쾌하게 제시하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박주병 기자 평화신문 기자 pb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