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축복의 달인- 하루하루가 소중하고 축복의 나날인 것을!
2013-05-19 00:00:00 | 박수정 기자 | 평화 신문
살레시오회 양승국 신부, 사목 생활 중 얻은 일상의 영성 담아
양승국(살레시오회) 신부는 어느날 같이 사는 공동체 형제를 모아 놓고 일장 훈시를 했다. 공동체 숙소로 일주일새 속도위반 벌금 고지서가 3장이나 날아든 것이다. 싫은 소리를 잘 하지 않는 그였지만, 3만 원, 5만 원, 마지막으로 날아든 7만 원짜리 '딱지'를 보니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형제 여러분, 이거 너무한 것 아닙니까? 우리가 돈 버는 사람들도 아니고 꼭 좀 부탁드립니다. 어디 가실 때는 미리미리 여유 있게 출발하셔서 규정 속도 좀 지켜주시고, 안전 운전해 주세요."
하지만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딱지 한 장이 또 날라왔다. 9만 원이었다. 제한속도 시속 100㎞인 고속도로에서 138㎞로 달린 것이다. 화가 머리끝까지 난 양 신부는 이를 북북 갈며 차량 기록부를 확인해 범인 색출에 나섰다. 날짜와 시간을 확인해보니 그날 차를 몬 사람은 양 신부였다. '헉!' 양 신부는 조용히 딱지를 주머니에 넣고 아무도 모르게 은행으로 달려가 범칙금을 냈다.
은행에서 돌아오는 길에 예수님 말씀이 마음을 바늘로 콕콕 찔렀다. '이 위선자야. 먼저 네 눈에서 들보를 빼내어라, 그래야 눈이 잘 보여 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를 꺼낼 수 있다'(루카 6,39-42).
양 신부가 새로 펴낸 「축복의 달인」에 나오는 일화다. 양 신부는 새 책에서 화를 내고 사람을 미워하느라 속 끓이며 사는 삶이 얼마나 어리석은지를 일러주며 "우리 눈에 비록 한심해 보일지라도 그들 역시 하느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축복의 대상이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느님께서 그토록 사랑하시는데, 어찌 감히 내가 미워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깔깔거리는 웃음 소리가 점점 줄어드는 세상입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구원을 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서로가 서로에게 존재 자체로 축복의 선물이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서로가 서로에게 정성껏 축복해 줄 수 있는 축복의 달인이 된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머리글에서)
양 신부는 자신 역시 '축복의 달인'으로 살지 못한 시간을 솔직히 털어놓았다. 양심 고백(?) 가득한 그의 반성과 그가 사목하며 만난 이들을 통해 얻은 깨달음이 독자를 웃고 울린다. '풉'하고 웃음을 터지게 하고서는 결국엔 가슴 한편을 '찡'하게 만드는 양 신부의 글 솜씨는 여전하다.
누구나 겪을 법한 소소한 일상에 담긴 하느님 뜻을 읽어 주는 양 신부는 모든 순간을 하느님께 맡기고 오늘을 만끽하며 살기를 당부한다.
"비록 우리네 인생 하루하루가 고달프다 할지라도 이렇게 살아 있다는 것은 참으로 눈물겨운 일입니다. 이렇게 살아 있다는 것은 눈부신 환희이며 크나큰 신비입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평생의 과제 하나는 우리 각자에게 주어진 이 삶이 정말이지 눈물겹게 소중한 것임을 아는 노력입니다"(20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