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 : THEOLOGIE DES NEUEN TESTAMENTS
20세기 가톨릭 신약성서학계의 태두, 요아힘 그닐카는 신약성서신학에 대한 필생의 연구 성과를 이 책 『신학성경신학』에 다 쏟아부었다. 신학성경 전체에 관한 신학적 고찰로는 이 책이 아마 그닐카의 마지막 노작일 것이다. 특이하게도 논의의 출발점을 공관복음서가 아니라 바오로 사도의 신학으로 잡는 것은, ‘바오로가 신약성경에서 만날 수 있는 최초의 신학자’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개론서가 아니다. 분도출판사의 같은 총서에 포함된 『신학성경 개론』과 함께 읽으면 더 좋다.
신약성경신학, 모든 신학의 처음과 끝
이 책에서 그닐카는 바오로 신학의 인간론, 구원론, 교회론, 성사론 등을 먼저 살핀 후, 공관복음서 저자들의 신학적 구상을 차례로 밝혀낸다. 그런 다음, 요한계 문헌의 신학과 바오로 차명 서간의 신학, 요한 묵시록의 신학, 그리고 교회 서간의 신학에 각각 논의의 묶음을 배당함으로써 나름대로 신약성경을 관통하는 신학의 얼개를 짜 맞추었다. 그닐카가 발 딛고 선 명제적 기반은 다음과 같다:
신약성경신학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하느님의 구원사에 관한 서술이자 이에 대한 믿음과 체험의 문헌적 증언이다.
신학은 하느님에 관한 학문이다. 그러나 하느님에 관해서는 나무나 다른 사람이나 어떤 외적 실재에 관해서처럼 말할 수 없다. 하느님에 관한 인간의 언어는 하느님을 그저 상투적 문구나 뜻 없는 말 껍데기 안에 둥지 틀게 만드는 데 한몫을 했을 뿐이다. 이런 배경이 하나의 신학을 구상해야 하는 전반적이고 통상적인 난제를 제기한다. 신약성경신학도 마찬가지다. 신약성경에는 ‘하느님’이라는 낱말이 1318번이나 나온다. 그러나 신약성경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의 하느님 역사役事에 관해, 또 사람들이 해방하고 구원하는 이 역사에 대한 믿음 안에서 겪고 증언하는 체험들에 관해 말한다. 신약성경신학은 이것을 다룬다. 그러므로 신약성경신학은 신약성경이, 또는 그 책의 개개 문서들이 증언하는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하느님의 구원하시는 역사에 관한 서술로 규정될 수 있다.
신약성경은 구약성경을 이해하는 열쇠다.
신약성경신학은 옛 계약에서의 하느님 증언들과 늘 교감한다. ‘옛 계약’(구약)은 ‘새 계약’(신약)이 있음으로 해서 옛 계약이다. 신약이 없다면 구약도 없다. 오늘날에는 구약성경과 신약성경이라 말하지 않고 히브리어 성경과 그리스어 성경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새 계약과 옛 계약이라는 말은 ‘신약성경’에 바탕을 두고 있으며, 두 계약의 긴밀한 관계를 암시해 준다. 새 계약은 옛 계약을 파기하지 않았다. 신약성경은 구약성경에 대해 열려 있다. 신약성경은 구약성경 이해의 열쇠다.
신약성경신학은 복음서 저자들의 신학적 반성을 통해 예수에게 접근한다. 예수와 그의 선포는 신약성경신학의 전제이지 한 부분이 아니다.
나자렛 예수는 신약성경신학에 포함되는가? 좀 오래된 신학들 또는 구상들은 예수, 바오로, 요한이라는 세 기둥 위에 세워졌다. 예수와 그의 선포는 신약성경신학의 전제들에 속하지, 그 신학의 한 부분이 아니라는 것이 불트만의 명제다. 예수는 믿음을 깨워 일으킨 사건이었다. 이는 그의 설교 이상의 것이다. 그럼에도 여기서 예수는 (그의 말씀과 역사歷史는) 신약성경신학과 분리하여 다루는 것이 더 낫다는 견해가 대두된다. 왜냐하면 우리는 복음서 저자들의 신학적 반성을 통해 예수에게 접근하기 때문이다. 이 문제에 관한 입문서로서는 같은 저자의 『나자렛 예수』Jesus von Nazaret를 참고할 만하다.
신약성경신학은 구조상 연대기적이고 객관적 관점들을 고려하여 바오로 사도에서 출발한다.
바오로는 신약성경에서 만날 수 있는 최초의 신학자다. 그가 제2세대 사람으로서 지상 예수를 전혀 알지 못했고 이미 존재하던, 또는 형성되어 가던 그리스도교 공동체에 합류했어도, 이 말은 타당하다. 바오로가 (특정 상황에서 쓴) 서간 몇 편만 남겼고, 완결된 체계를 정립할 기회를 전혀 가지지 못했거나 그저 모색했을 뿐이었지만, 그에게 힘입은 신학적 자극들은 극히 소중하다. 바오로는 선두에 서 있지는 않았지만, 뭐라 해도 갓 출발하던 그리스도교를 결정적으로 꼴짓는 데 함께했다. 바오로는 어디까지나 신학자였다. 복음의 진리 말고 그에게 중요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신약성경신학과 교의신학은 자주적 동반자 관계다.
이 책에서 신약성경신학은 더 이상 교의신학의 자료 제공자로 머물러 있지 않다. 또한 신학의 주제를 교의신학에서 제공받지도 않는다. 성경 본문에서 바로 끌어 온다. 그닐카의 학문적 성취 가운데 하나는 신약성경신학의 자주성을 확립했다는 데 있다. 그는 바로오 사도를 비롯한 신약성경의 저자들을 탁월한 신학자로 자리매김했다. 양식 비평 시대에만 해도 단순한 편집자와 전승자로 치부되었던 공관복음서 저자들이 오늘날 신학 사상가의 반열에 오르는 것을 그닐카는 마땅한 일로 환영한다. 신약성경신학과 교의신학은 긴장 속의 동반자요, 서로에게 귀 기울이면서 진리로 다가가는 미더운 도반이다.
신약성경신학은 모든 신학의 결정체다.
이 책에서 독자들은 다양한 신학적 구상들과 마주칠 것이다. 일치하는 점들도 있고 서로 어긋나기도 한다. 많은 문제에서 대답들이 조화되지 않는다. 신약성경신학은 신학들의 결집으로 나타난다. 신약성경신학을 여행 가이드 삼아 볼 것 많은 신학의 고도를 두루 살필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