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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생명은 어디서부터 시작되는가? 우리는 인간 배아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인간 배아를 둘러싼 윤리 논쟁은 여전히 현재 진행 중이며, 인간 배아를 연구나 필요에 따라 재료로 사용하려는 움직임은 점점 거세지고 있다.

이런 혼란스러운 시점에 우리는 인간 배아의 정체성과 지위에 대해 정확히 인지하고 대응할 필요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1997년 2월 교황청 생명학술원 주최로 열린 국제 학술대회 ‘인간 배아의 정체성과 지위’(Identity and Statute of Human Embryo)에서 발표된 논문들을 모은 것이다. 인간 배아의 정체성과 지위라는 주제는, 각 저자들의 문화적 특수성과 강연의 개별성을 강제하지 않고, 단일하고 풍부한 관점 안에서 전개되고 형성되었다. 의학, 인간학, 철학, 신학, 윤리학, 법학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은 인간 배아에 대한 역사적‧생물학적‧철학적‧신학적‧윤리적‧법적 측면을 총망라한 다양한 성찰을 내놓았다.

원서가 나온 지 이미 20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이 내용들을 번역하여 내놓는 이유는, 인간 배아에 관한 진지하고 합리적인 성찰이 현재 우리 사회에 여전히 필요하고, 이 책이 담고 있는 내용이 지금도 여전히 우리 사회에 현재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을 통해 우리 모두가 지나온 생의 첫 순간에 대한 사려 깊은 성찰을 일깨우고, 모든 사람이 존재하는 첫 순간부터 보호와 환대와 사랑을 받아야 한다는 불변의 원칙을 상기할 수 있기를 바란다.


[책속에서]

영혼과 몸으로 이루어진 인간은 단일하고 유일하므로, 한 부분은 먼저오고 다른 부분은 나중에 오는 것이 아닌, 유일한 공동의 존재 원리가 인간에게 부여되어야 한다고 단언한다._p.28


배아는 인간 존재이다. 교회 전통은 이 점에 대하여 이견이 없다. 심지어 이것은 토론할 문제도 되지 않는다. 태아와 어른의 차이는 유아기부터 노년기까지를 여러 시기로 구별하는 인간 삶의 관념 안에서 나타난다. ‘미래의 인간’futurus homo은 오늘날의 미래의 어른 혹은 미래의 시민의 의미로 사용된다. 테르툴리아누스의 가장 유명한 표현인 앞당겨진 살인이란, 태아 살해가 시민에 대한 때 이른 살해와 같다는 뜻이다._pp.57~58


아직 산모의 자궁에 숨어 있는 동안의 인간 생명이 그분의 눈에 얼마나 큰 가치를 갖는지를 하느님께서 명료한 말로 분명하게 보여 주셨음을 요한 바오로 2세가 증명한다.… “인간은 어머니의 태중에서부터, 모든 것을 살펴보시고 아시는 하느님께 속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손수 인간을 빚으시고 만드시며, 인간이 형상조차 갖추지 않은 작은 배아인 동안에 그를 바라보시고, 그 안에서 내일의 어른을 보십니다. 그의 날 수는 세어졌고, 그의 소명은 이미 ‘생명의 책’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거기서도, 아직 어머니의 태중에 있을 때,—성경의 많은 대목들이 증언하듯이—인간은 하느님의 사랑스럽고 자애로운 섭리의 지극히 인격적인 종착점입니다.”_pp.75~76


생명윤리와 생명법 논의에서(특히 인간 배아의 지위에 대한 논의에서) 가장 빈번히 (올바르게 혹은 그릇되게) 사용되는 철학적 개념은 의심의 여지없이 인격persona 개념이다. 인간 생명에 대하여 기술-과학적으로 가능한 생의학적 개입이 정당한지 부당한지의 경계를 정하는 문제에 대한 주요 논증들은, 인격적 지위의 문제를 암묵적으로 전제하고 있거나, 명시적으로 그것을 이야기한다. 그렇게 문헌에서 적어도 통계적으로 이 용어가 널리 사용되고 있다면, 한 가지 의문이 일어난다. 지난한 역사적 과정에서 닳아 없어진 인격 개념이, 도대체 왜 새로이 등장한 학문에서 그렇게 널리 퍼져, 심지어 그것이 생명윤리 학자들을 ‘매료시켰다’고 말할 정도가 되었는가?…이유는 직관적으로 상기시키는 강한 무게감에서 찾아볼 수 있다. 즉, 이미 상식적인 수준에서 ‘인격’persona이라는 용어는 어느 정도 존중과 보호할 가치가 있는 주체를 가리킨다._pp.88~89


과학과 의학은, 존재의 첫 순간부터 인간 존재를 더 잘 이해하고, 질병의 예방과 치료를 위해 새로운 작업에 들어가기 위한 새롭고 경이로운 기회를 열었다. 그러나 아마도 과학과 의학은 경험적 전망 안에서 지식과 행위를 향한 열의로, 인간 존재의 가치를 순전히 생물학적 가치로 환원시켜 버렸다. 인간 발생에 대한 관찰로부터, 접합체, 착상 전후의 배아, 여러 임신 기간의 태아, 그리고 신생아에게 어떤 가치를 부여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이것은 단지 인간 존재의 구조적 복잡성에 대한 평가에만 의거한 양적 가치이다. 인간에 대한 이런 가치 판단은 생물학적 환원주의이며, 거기에서 심각한 결과들이 초래된다._p.218


배아를 인격과 동일시하는 데에는, 하느님으로부터 직접 창조되었고 육체성과 함께 인간의 절대적 가치와 권리와 의무를 정초하는, 영spirit이 근본적 역할을 한다._p.222


몸은 영적인 자아의 현실화이고, 표현적 영역이며, 현존이고, 언어이다. 인간의 육화는 그의 인간적 본질에 어떤 식으로 덧붙여진 ‘부록’이 아니다. 인간 존재가 시작되는 수정 순간부터, 인간적 실존과 그의 육화는 서로 결합되어 있다. 이런 특수한 존재 방식에 의해, 인간은 역사적으로 다른 존재들과 구별된다. 영은 인간 존재의 구성 원리로서, 본래적으로 육화되어 있으며, 이런 방식으로 인간 육체성을 탄생시킨다._p.235


그러므로 태어나야 할 아기를 죽이는 것은 하느님의 자애롭고 부성적인 시선 아래 있는 사람을 죽이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말할 필요가 있다. 창조주의 시선 아래에서, 배아는 자녀의 존엄성을 지니며, 이 존엄성은 존재의 시작부터 보호받을 권리의 기초가 된다._p.284


인간 배아의 불가침성과 사용 불가능성은 무엇보다 살해 불가능성을 동반한다. 생명의 가치가 일차적인 명령형을 띠는 ‘살인해서는 안 된다’는 무엇보다 배아 생명에 관한 것이다. 이것은 단지 시간적 순서에 의해 시작부터 인간 생명을 보호해야 할 의무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것은 배아 생명이 예외 없이 언제나 구성하는 도덕적 선과 결합된 논리적 우선순위이다. 배아 생명은 특정한 상황에서 파괴를 용인할 수 있는 물리적 선에 불과한 것이 결코 아니다. 그것은 도덕적 선이며, 따라서 그것을 파괴하는 행위는 언제나 도덕적 악, 죄이지 단순히 물리적 악이 결코 아니다._pp.349~350


오늘날 인간이 사용하는 생명 공학의 잠재력을 사용해 배아 생명에 개입하여, 그것을 자신의 바람대로 변형하는 것은, 자신의 것이 아닌 권한과 하느님의 자리를 차지하려 하는 프로메테우스적 시도이다. 이것은 인간의 진보와 증진의 요인이 되지 못한다. 하느님의 지혜롭고 섭리적인 계획을 부정하려는 인간의 모든 시도는 언제나 인간에게 역효과를 낸다._p.366


역자 서문

머리말


01  최근 논쟁의 오랜 뿌리╻살비노 레오네

02  인간 배아에 대한 마땅한 존중: 역사적‧교리적 관점╻이냐시오 카라스코 데 파울라

03  인격이라는 철학적 개념의 의미와 인간 배아의 지위에 관한 현재의 생명윤리적‧ 생명법적 논쟁에서의 함의╻라우라 팔라차니

04  인간 배아의 지위에 관한 인식론적 문제들╻리비오 멜리나

05  인간 배아의 정체성과 지위: 생물학적 측면╻안젤로 세라/로베르토 콜롬보

06  인간 배아의 인간학적 지위╻라몬 루카스 루카스

07  신학적 인간학에서 바라본 배아의 지위╻쟝 라피트

08  도덕적 앎의 철학적 정초를 위한 지침╻아드리아노 페시나

09  인간 배아: 윤리적‧규범적 측면╻마우로 코촐리

10  인간 배아의 보호: 법적 측면╻루치아노 에우세비


엮은이 후안 데 디오스 비알 코레아 (Juan De Dios Vial Correa, 1925~)

칠레 교황청립 가톨릭대학에서 의학을 전공한 뒤, 1949년에 의사가 되었다. 이후 동 대학의 교수로 재직하다, 1984년부터 2000년까지 동 대학 총장을 역임하였다. 1994년에 교황청 생명학술원 제2대 원장으로 임명되어 2004년까지 활동하였다. 현재 교황청 생명학술원 명예회원이며, 칠레 한림원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엮은이 엘리오 스그레챠 (Elio Sgreccia, 1928~)
1952년 이탈리아 파노 교구에서 가톨릭 사제로 서품된 뒤, 볼로냐 대학에서 신학과 철학을 공부하였다. 교황청립 파노 신학교 학장, 포솜브로네 교구 총대리를 지낸 뒤, 1974년부터 로마 성심 가톨릭대학 교목으로 활동하였고, 1984년부터 동 대학 생명윤리 교수를 지냈으며, 1985년부터 2006년까지 동 대학 생명윤리연구소 소장을 역임하였다. 1990년에 이탈리아 국가생명윤리위원회 위원으로 임명되어 2006년까지 활동하였다. 
1992년에 주교로 서임되었으며, 2005년부터 2008년까지 교황청 생명학술원 원장을 역임하였다. 2010년에 추기경으로 서임되었고, 현재 교황청 생명학술원 명예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옮긴이 가톨릭생명윤리연구소
구인회 가톨릭대학교 생명대학원 교수
오승민 가톨릭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
정재우 가톨릭대학교 생명대학원 교수
최진일 가톨릭대학교 생명대학원 교수
이향만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인문사회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