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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의 말씀은 항상 그 시대의 언어로 선포되어야 합니다. 이 시대에 신앙과 복음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지 고민하면서 ‘아레오파고스’ 시리즈를 내놓습니다. 아레오파고스는 사도 바오로가 그때까지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전하던 유다교의 환경을 떠나, 그리스라고 하는 낯선 사회와 문화 속에서 복음을 선포한 장소입니다. 이 작업이 어지럽게 변화하는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 시대의 사람들에게 아레오파고스가 되기를 바랍니다.


아레오파고스 시리즈 가운데 첫째 권인 「칠죄종 일곱 가지 구원」은 피정 지도와 방송 강의 내용을 정리해 엮은 책입니다. 칠죄종은 일곱 가지 큰 죄입니다. ‘죄’라는 말은 사실 부담스러운 말이고 피하고 싶은 주제입니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좀 다른 시각에서 죄라는 주제에 접근하면서 하느님 말씀을 주로 수도승 영성에 기반을 두고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과 연결하여 풀어내고 있습니다. 이 책을 읽으시는 분들이 죄를 단지 부담스럽고 피해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하느님을 만날 수 있는 곳, 그래서 참으로 사랑을 배울 수 있는 자리로 받아들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죄보다는 축복을 이야기하자.” 이런 말을 가끔 듣습니다. 교회에서는 죄를 너무 강조하기 때문에 죄책감과 부담감을 준다는 이야기입니다. “당신은 죄를 지었습니다.” 이렇게 되면 그 다음은 속죄를 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오지요. 결국 신앙이 자발적인 기쁨이 아니라 죄책감과 의무가 되어 버린다는 겁니다. 일리가 있는 말입니다. ‘내가 잘못했구나.’ 하는 생각은 죄에 따르는 벌을 떠오르게 하고 마음에 짐이 되기 때문입니다. 이 책에서는 ‘죄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던져 보려 했습니다. 해서는 안 될 무엇을 저지르는 것, 행위 차원의 어떤 것이 죄가 아니다, 사람 깊은 곳에 숨어 있는 깊은 관계, 다시 말해서 내가 나 자신과 맺는 관계, 하느님과 맺는 관계가 어그러져 버리는 체험에서 온 것이 죄다, 라는 말을 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므로 죄는 부담스럽고 피해야 할 것이 아니라 정말 나 자신을 찾고, 그럼으로써 나의 하느님을 만날 수 있는 복된 자리가 됩니다. 우리는 하느님이 아니고 인간이며 한계를 지닌 약한 존재이지만 그렇기에 스스로를 구원하려고 할 때 죄를 짓게 됩니다. 그 자리까지 더듬어 내려가서 나로부터 하느님께 돌아서는 것, 이것이 회개이며 이는 예수님께서 공생활을 시작하시면서 처음 선포하신 내용이기도 합니다. “하느님 나라가 가까이 왔습니다. 회개하고 복음을 믿으십시오.”그렇게 나의 약함에서 하느님을 만나지 않으면 우리는 타인의 약함과 고통을 이해할 수 없으며 결국 사랑할 수 없게 됩니다. (들어가는 말 중에서)


[책속에서]

고대 그리스 올림피아드 경기에서 여러 사람이 활쏘기를 겨룰 때, 내 과녁이 아니라 옆 사람의 과녁을 겨누어 활을 쏘는 것을 가리켜 하마르티아라 했다고 합니다. 과녁을 잘못 겨누는 데에서 우리가 삶의 목표를 잘못 잡는 것, 하느님이 아니라 다른 것을 바라보는 것을 하마르티아, 즉 죄라고 부르게 된 겁니다.


“바다는 강물이 끊임없이 흘러 들어와도 결코 채워지지 않는다. 이처럼 탐욕도 결코 부로 만족하지 않는다. 아니 채워지는 만큼 더 커진다. 죽음이 그 끝없는 걱정을 없애 버릴 때까지.”


“우리에게 상처를 주는 것은 말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갖고 있는 좋은 이미지이며, 우리로 하여금 들고 일어나게 하는 교만이다.”우리가 분노할 때 정작 중요한 지점은 상대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대개 나에게 있다는 말이지요.


내가 정말 지키고 싶은 것, 또는 내가 정말 두려워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 것은 자기를 알아가는 여정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슬픔을 기쁨으로, 눈물을 웃음으로 바꾸는 것은 삶의 신비이며 구원의 여정입니다. 자기에게 주어진 삶을 온전히 살아 내는 사람만이, 삶이 가져다주는 슬픔을 굳게 껴안은 사람만이 삶의 비밀, 기쁨의 비밀을 알게 되는 것 같습니다.


게으름은 단지 일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일상을 대하는 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게으른 사람은 모든 것을 공허하게 만듭니다. 제 안에 중심이 없어서, 그 어떤 것에서도 의미를 찾을 수 없기 때문이지요. 매일매일이 공허해지고 말도 행동도 관계도 시간도 공허해집니다. 내가 없으면 무엇에도 나를 줄 수가 없으니까요.


어려움이 닥칠 때 자기가 머무는 곳을 떠나지 않고 인내하는 것, 그것이 자기 자신과 함께 있는 일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하는 사람은 귀한 보물을 발견하게 됩니다.


허영은 본질에 있어 우리가 행위와 맺는 관계가 왜곡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무엇을 할 때는 그것의 본래 목적이 있는데 허영은 그것이 아니라 행위 자체로 사람들의 칭찬과 인정을 구하려 하기 때문입니다. 드러나는 것, 행하는 것에 더 중요성을 두는 거지요. 그러나 인간은 그가 누구인가가 중요하지 그가 무엇을 하는가가 중요하지 않습니다.


들어가는 말

첫 번째 강의 - 죄란 무엇일까?

두 번째 강의 - 여덟 가지 악한 생각에서 칠죄종까지

세 번째 강의 - 탐식, 음식과 맺는 뒤틀린 관계

네 번째 강의 - 음란, 육체와 맺는 뒤틀린 관계

다섯 번째 강의 - 탐욕, 물질과 맺는 뒤틀린 관계

여섯 번째 강의 - 분노, 타인과 맺는 뒤틀린 관계

일곱 번째 강의 - 슬픔, 시간과 맺는 뒤틀린 관계

여덟 번째 강의 - 아케디아 혹은 우울, 장소와 맺는 뒤틀린 관계

아홉 번째 강의 - 허영, 행위와 맺는 관계가 왜곡된 것

열 번째 강의 - 식별과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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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황인수

1997년 성바오로수도회에 입회하여 수원가톨릭대학에서 신학을 공부했다. 2006년 종신서원을 했고 2008년 사제로 서품되었다. 로마 아우구스티니아눔에서 교부학을 공부했으며 2010년부터성바오로출판사에서 편집을 담당하면서 복음이 우리 문화 속에 뿌리내리는 길을 찾고 있다. 옮긴 책으로 「파스카」가 있고 「깨어나는 기도」(공저), 「작은 사람아, 작은 사람아」(공저), 「끝없는 길 언제나 새로운 길」 등의 책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