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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실존과 광범한 인생 문제에 파고들어 대화하는 교회

현대인과 그리스도의 대화를 지향한 ‘화란 새 교리서’를 다시 만나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직후인 1966년 네덜란드 주교회의는 공의회에서 천명한 쇄신에 충실히 응답하려는 시도로 교리서 한 권을 펴냈다. De Nieuwe Katechismus, 곧 ‘새 교리서’였다. 우리나라에서는 1971년 광주가톨릭대학교에서 이 책을 옮겨 《가톨릭 신앙 입문: 화란 새 교리서》라는 이름으로 출간했다. 교리서가 표방한 새로움은 신앙 내용의 새로움이 아니라 접근법과 관점의 새로움이었다. 시대에 따라 사람들의 사고방식과 생활양식이 변하듯, 새 교리서는 그리스도교 신앙을 우리 시대에 알맞게 소개하고 당대의 문제와 요구에 답하려 노력했다.

 

새 교리서는 네덜란드 주교회의의 인준을 받기 전부터 여러 나라 출판사에서 문의가 쇄도하며 각광을 받았지만, 출간 즉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몇몇 내용이 교회 가르침과 다르게 오해될 소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를 문제 삼아 교리서 유포를 금지해 달라는 요청까지 나오자, 교황청은 추기경 위원회를 구성해 이 문제를 토론했다. 위원회는 1968년 12월 성명서를 내고 네덜란드 주교회의에 10가지 주제에 수정을 요청했다. 주교회의는 위원회의 수정 권고와 그 내용을 부록으로 첨부해 1969년 교리서를 다시 펴냈고, 한국어판은 이를 옮긴 것이다.

 

《가톨릭 신앙 입문: 화란 새 교리서》는 우리에게 익숙한 문답식 교리서의 틀을 벗어난, 구세사 중심의 대화식 교리서이다. 구원 역사가 기록된 성경을 바탕으로, 하느님께서 왜 인간 역사 안으로 들어오셨는지, 왜 이스라엘을 선택하셨는지, 사람의 아들을 통해 어떤 구원 역사를 펼치셨는지, 우리 일상 안에서 어떻게 하느님을 만나고 그분 뜻대로 살아갈 수 있는지를 다루며, 계시 진리와 인간 실존의 만남을 추구한다. 가르치는 교회에서 대화하는 교회, 더 나아가 듣는 교회로 쇄신하려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정신이 이 교리서 안에 생생히 살아 있다.

 

역자는 교리교육을 전공한 교육학 박사로서 이 교리서의 절판을 무척 안타까워했다. 또한 당시 광주가톨릭대학교 교수 신부들과 신학생들이 참여한 초판 번역이 충실하고 훌륭했기에 수정 증보판을 내기로 했다. 《성경》과 공의회 문헌, 전례문 등은 근래의 것으로 바꿨고, 틀린 부분은 바로잡았다. 초판 번역을 존중하되, 지금 독자가 이해하기에 난해하거나 예스러운 표현은 원문을 참고해 오늘날 언어로 고쳤다. 친절한 교리서에 목말랐던 이들은 이 책을 통해 우리 존재와 인생 안에서 구체적으로 현존하고 활동하시는 하느님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옮긴이 박종주

박종주 신부는 부산교구 사제로 교황청립 살레시오 대학에서 교리교육을 전공했다(교육학 박사). 2005~2021년 부산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과 인성교양학부에서 가르쳤고, 2005~2019년 한국천주교주교회의 교리교육위원회 위원 및 총무를 지냈다. 현재 부산교구 문현성당 주임신부로 본당 사목에 힘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