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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둔 밤을 지나고 있는 이들에게

십자가의 성 요한이 들려주는 사랑의 여정

기도해도 응답이 없는 것 같고, 오래 붙들어 온 믿음 앞에서 하느님마저 멀어진 것처럼 외로울 때가 있다. 삶의 방향을 잃고, 지금 겪는 시련이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없어 흔들리기도 한다. 그럴 때 우리는 묻는다. “하느님께서는 왜 침묵하시는가?”, “이 어둠은 언제 끝나는가?” 

《나, 십자가의 요한》은 임종을 앞둔 십자가의 성 요한이 자신의 생애와 신앙 여정을 1인칭 독백으로 회고하는 전기 소설이다. 그는 가난과 상실 속에서 보낸 어린 시절부터 하느님의 부르심을 따라 수도자의 길에 들어선 순간, 신앙을 지키기 위해 감내해야 했던 시련과 고통의 시간까지 지나온 삶을 차분히 되짚는다.

십자가의 성 요한은 예수의 데레사 성녀와 함께 가르멜회 개혁을 이끌었다. 예수의 데레사 성녀의 요청으로 그녀가 원장으로 있던 강생 수녀원의 고해 사제를 맡았으며, 최초의 맨발 가르멜 남자 공동체를 세우는 데 참여했다. 또한 수도자들을 영적으로 지도하고 시와 해설서를 집필하며, 하느님과 사랑으로 하나 되는 길을 깊이 탐구했다. 이러한 점을 인정받아 1926년 비오 11세 교황에 의해 ‘교회 학자’로 선포되었다.

영혼의 정화와 하느님과의 합일을 향해 걸어온 십자가의 성 요한은 자신의 삶이 더 낫지도, 더 못하지도 않았으며 다만 하느님께서 마련하신 길을 따라왔을 뿐이라고 고백한다.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그의 기억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는 어느새 한 성인의 생애뿐 아니라 한 인간이 고통과 두려움을 지나 진정한 자유와 영적 성숙에 이르는 과정도 함께 마주하게 된다.

십자가의 성 요한이 지나온 ‘어둔 밤’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시간과도 맞닿아 있다. 기도와 신앙생활이 메마르게 느껴질 때, 앞이 보이지 않는 시련 속에서 삶의 의미를 잃었을 때, 그의 이야기는 어둠이 반드시 하느님의 부재를 뜻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오히려 그 밤은 무겁게 붙들고 있던 것들을 내려놓고, 자신과 하느님을 비로소 마주하는 순간이 될 수 있다. 

이 책은 그 밤을 통과해 온 십자가의 성 요한의 담담한 목소리 앞에 우리를 멈춰 세운다. 그의 생애를 따라가는 여정은 고통과 상실 속에서도 신앙의 길을 걸어가는 이들에게 조용한 위로와 성찰의 시간을 건넨다.


죽음 앞에서 되돌아보는 한 성인의 삶

십자가의 성 요한이 발견한 삶의 궁극적 진리

하느님의 사랑을 평생 탐구하며 그 신비를 증언한 교회 학자, 십자가의 성 요한이 생의 마지막에 발견한 진리는 무엇이었을까? 그는 자신의 소명을 발견하며 평생 하느님을 향한 사랑의 길을 걸었다. 그에게 신앙은 고통을 피하거나 없애는 일이 아니라, 고통 속에서도 사랑하는 이를 놓지 않는 여정이었다. 아무것도 의지할 수 없는 시간 속에서 그는 두려움과 외로움을 겪었고, 자신이 걸어온 길과 하느님의 뜻을 끊임없이 되물었다. 

성취와 결과로 자신의 삶을 판단하는 이들에게 새로운 기준을 건넨다. 무엇을 얼마나 이루었는지가 아니라 어떤 마음으로 살아왔는지, 고통 속에서도 사랑을 선택했는지가 삶의 참된 가치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그는 수도회 개혁을 위해 분투하는 동안 반대 세력의 모진 박해와 모욕을 겪었다. 그럼에도 그 고난마저 하느님께 가까이 나아가는 계기로 받아들였다. 그 모든 시간을 견딜 수 있었던 힘은 하느님을 향한 지극한 사랑에서 나왔다. 침묵과 어둠 속에서 완성된 사랑, 모든 것을 빼앗긴 어두운 밤에도 그가 끝내 놓지 않은 것은 사랑이었다. 

이 책은 신앙의 침체를 겪고 있는 사람, 상실과 실패로 마음이 지친 사람, 삶과 죽음의 의미를 깊이 묵상하고 싶은 사람에게 십자가의 성 요한의 삶을 통해 조용한 위로를 건넨다. 성인의 인간적인 고뇌와 내면을 따라가다 보면, 어둠 속에서도 영혼은 사랑을 향해 나아갈 수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소설에서 성인은 ‘단서는 사랑, 원인은 사랑, 궁극의 목적은 사랑’이라고 말한다. 소설 속 성인이 생의 끝자락에서 우리에게 전하는 이야기는 결국 사랑, 오직 사랑인 듯하다.

― ‘옮긴이의 말’ 중에서



[책속에서]
제 삶은 더 낫지도, 그렇다고 더 못하지도 않았을 겁니다. 단지 달랐을 것입니다. 당신께서 마련하신 길을 저는 판단하지 않습니다.
― 24p. ‘1부 자유’ 중에서

‘사랑은 모든 것을 이기니 사랑에 항복하는 것이 좋다’, ‘달콤한 불꽃에 휩싸인 마음은 언제나 비밀스런 상처를 간직하고 있다’는 글귀들을 읽었습니다.
― 34p. ‘1부 자유’ 중에서

사랑, 그것은 궁극의 진리이며 여정의 끝입니다. 그보다 더 포괄적이고 총체적인 진리는 없습니다. 오직 사랑만이 실제입니다. 그전까지는 제가 그것을 그저 예감하기만 했다면, 성 안드레아 신학원에서 보낸 밤들과 아가를 통해서는 확신을 얻었습니다. “내가 사랑하는 이를 찾아다녔네.”라고 아가에 쓰여 있지요. 거기에 제 소명이 있었습니다. 거기에 제 미래가 있었습니다. 거기에 훗날 제가 글로써 전할 메시지가 있었습니다.
― 49p. ‘1부 자유’ 중에서

저는 더 이상 그 무엇도 두렵지 않았습니다. 제 자신에게는 무관심했지만, 어떤 무한한 힘, 당신을 향한 제 사랑의 결실이 제 안에 자리하고 있는 것을 느꼈습니다.
― 125~126p. ‘2부 밤’ 중에서

저희는 사랑을 통해서만 당신의 마음에 들고, 당신께서는 저희가 한 일의 훌륭함보다 그 일을 실행할 때 품는 사랑을 더 중하게 여기신다는 것을 자각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 154p. ‘3부 사랑’ 중에서



프롤로그 8
1부 자유 21
2부 밤 85
3부 사랑 133
에필로그 188

부록
주요 인물 소개 202
십자가의 요한 생애 207
십자가의 요한 작품들 210

저자의 말 213
옮긴이의 말 216
감수자의 말 220

글쓴이 다비드 클레르 DAVID CLAIR
역사 속에서 인간의 운명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변화하는지를 탐구하는 프랑스 작가다. 1969년 생캉탱에서 태어나 파리 정치대학교를 졸업했으며, 소르본대학교에서 역사학을 전공했다. 현재 파리에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도라의 잊힌 사람L’Oublié de Dora》, 《아르망 드 보레가르의 회고록Mémoires d’Armand de Beauregard》 등이 있다. 그의 작품은 역사적 현실 속에서 인간이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는 과정, 그리고 그 안에서 발견되는 영성과 내면의 변화를 섬세하게 그려 낸다.

옮긴이 신혜림
이화여자대학교에서 불어불문학과 동 대학원에서 기록관리학을 전공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한국교회사연구소 고문서고에서 약 20년간 한국천주교회 관련 자료를 수집·정리했으며 프랑스 선교사 서한 등 교회사 관련 프랑스어 자료를 판독·번역해 왔다.

감수 김상우
서울대교구 사제. 프랑스 파리가톨릭대학교에서 성서신학(바오로 서간)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2019년부터 가톨릭대학교 성신교정에서 신약 성경, 바오로 서간, 성서 해석학, 유다교 전통 등을 가르치고 있다. 《하베무스 파팜》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