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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품후기

    말씀을 줌아웃하니, 내 삶이 보였다!

    작성자

    kko3***

    등록일

    2026-08-05 23:16:25

    조회수

    7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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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활성서사의 『성경 본문 줌아웃』은 바오로 서간의 열한 개 성경 본문을 제시하고 이에 대한 저자의 설명을 덧붙인 열한 개의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다. 평소 바오로 사도가 쓴 서간들을 매우 좋아하고, 미사 때 제2독서로 등장하는 바오로 서간을 자주 묵상해 왔기에 이 책을 더욱 기대하는 마음으로 읽게 되었다.

    특별히 마음에 깊은 울림을 준 부분은 ‘십자가 이야기’라는 제목의 여섯 번째 이야기였다. 나는 평소 묵주 반지를 끼고 묵주 팔찌를 차고 다니며, 식사 전에는 자연스럽게 십자 성호를 긋는다. 천주교 신자임을 드러내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나에게 십자가는 오랫동안 위로와 의지의 상징이었다.

    그런데 책을 읽던 중 그런 나의 마음을 아프게 찌르는 문장을 만났다.

    “하느님은 우리 욕망이 빚어낸 ‘아이돌’로 전락하고, 정작 우리 삶의 역사 안에서 죽어 가신 하느님, 곧 십자가의 하느님은 외면당한다. 어렵고 힘들고 아픈 현실 속에서 함께하시는 하느님을 거부하는 것은 구원의 역사를 거부하는 것과 같다.”(97쪽)

    이 문장을 한동안 마음에 담아 두었다. 나는 어쩌면 예수님의 사랑을 받는 것에는 익숙하면서도, 버림받고 모진 고초를 겪으며 죽어 가신 예수님의 고통은 외면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내 삶에 고통이 찾아오면 그 안에 머물고 견디기보다 어떻게든 빨리 벗어날 방법부터 찾았다. 어려움이 생기면 서둘러 해결하려 애썼고, 가능하면 고통이 나에게 오지 않기를 바라며 살아왔다.

    그런데 책을 읽으며 십자가를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 달라졌다. 예수님은 나의 고통을 없애 주시는 분이기 이전에 바로 그 고통 속에 함께 계시는 분이었다. 그렇다면 삶에서 만나는 어려움은 무조건 피하고 제거해야 할 무엇이 아니라, 그 안에서 나와 함께 계시는 예수님을 발견할 수 있는 자리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내 삶에 어려움이 찾아올 때 그것을 밀어내는 데만 급급하기보다 그 안에 찾아오시는 버림받으신 예수님을 알아보고 기꺼이 안아 드릴 수 있기를 바란다.

    또 하나 인상 깊게 읽은 부분은 ‘율법과 믿음의 갈등’에 나오는 다음 구절이다.

    “사실 산다는 것은 언제나 어떤 형식이 필요하다. 삶의 의미는 저절로 생기지 않는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인간은 자신을 지탱하고 방향을 잡아 줄 형식이 필요하다. 그 형식은 때로 자유를 제한하는 굴레처럼 보이지만, 동시에 삶이 흩어지지 않도록 붙들어 주는 질서이기도 하다.”(73쪽)

    이 구절을 읽으며 자연스럽게 나의 일상을 돌아보았다. 나는 매일 밤 9시 30분이면 이웃들과 보이스톡으로 함께 성경을 읽는다. 하루에 정해진 분량을 읽어 나가면 365일 동안 성경 전체를 한 번 통독하게 된다. 이 방식을 3년째 이어 오며 지금 세 번째 통독을 하고 있다. 하루 20~30분 남짓한 시간이지만 이제 이 시간은 내 삶을 붙잡아 주는 중요한 기준이 되었다.

    매일 말씀을 읽는다는 ‘형식’을 반복하다 보니 어느새 하느님을 조금 더 가까이 느끼게 되었고, 그분을 더 알고 싶어 성경 공부도 시작하게 되었다. 그렇게 작은 습관 하나가 또 다른 신앙의 자리로 나를 이끌었고, 조금씩 내 삶이 주님을 중심으로 돌아가도록 만들어 주었다.

    내 삶이 흩어지지 않도록 붙잡아 주는 또 다른 형식은 미사와 기도이다. 주일미사와 평일미사에서 말씀 전례와 성찬 전례에 참여하며 눈에 보이지 않는 하느님을 만나고, 묵주알을 하나씩 넘기며 같은 기도문을 반복하는 묵주기도 안에서도 성모님의 사랑을 구체적으로 느낀다. 때로는 반복되는 형식이 습관이나 의무처럼 느껴질 때도 있지만, 돌이켜 보면 바로 그 반복이 내 삶을 붙들어 주고 있었다. 저자의 말처럼 형식은 단순히 자유를 제한하는 틀이 아니라 삶이 흩어지지 않도록 붙들어 주는 질서이며, 그 질서를 충실히 살아 낼 때 그 안에서 새로운 의미가 만들어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성경 본문 줌아웃』을 읽으며 나는 익숙하다고 생각했던 바오로 서간의 말씀을 조금 다른 거리에서 바라볼 수 있었다. 가까이에서 한 구절만 바라볼 때 미처 보지 못했던 의미를 한 걸음 물러나 ‘줌아웃’하여 바라보니, 말씀이 지금 내가 살아가는 삶과 어떻게 이어지는지가 조금 더 선명하게 다가왔다.

    그래서 이 책은 바오로 사도의 서간을 좋아하는 사람뿐 아니라, 익숙하게 읽어 온 성경 말씀을 조금 다른 시선으로 만나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한 번에 빨리 읽기보다는 한 이야기씩 천천히 읽으며 성경 본문과 저자의 설명을 곱씹어 보는 것이 좋겠다. 열한 개의 주제가 각각 독립적으로 구성되어 있어 처음부터 순서대로 읽지 않고 목차를 펼쳐 지금 자신의 마음을 끄는 주제부터 골라 읽어도 좋다.

    책을 덮고 나서 내게 남은 것은 결국 ‘말씀을 어떻게 삶으로 살아 낼 것인가’라는 질문이었다. 십자가를 몸에 지니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내 삶에 찾아오는 십자가 안에서 예수님을 알아보는 것, 그리고 성경 읽기와 미사와 기도라는 일상의 형식을 꾸준히 살아 내며 삶의 중심을 하느님께 두는 것. 『성경 본문 줌아웃』은 내가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신앙의 모습들을 다시 바라보게 해 주었다. 바오로의 말씀이 누군가에게도 그렇게 자신의 삶을 새롭게 바라보게 하는 창이 되기를 바라며 이 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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